Once



동네 극장 KINO Asernal에서 이 영화, 'Once'를 한다기에 가서 보았다. 동네 극장 KINO Asernal은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온 극장같은 시골스런 분위기, 영사기가 드르륵 돌아가는 소리에 멀티플렉스와 지정좌석제가 도입되기 전, 어릴 때 극장에서 받았던 표딱지 같은 영화 Karten, 'Bitte allein(한 장 주세요)'이라고 말하기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동네의 pub같은 분위기 등 한결같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진 - 하지만 맥주는 비싸다-_- - 극장이다.
소문을 익히 들어서 보고 싶은 영화였고 기대도 컸지만, 'a guy'가 노래를 부르는 길거리에서 시작한 영화. 하지만 이 게르만 야만인들, 영화를 더빙해 놓았다. 워낙 더빙을 좋아하는 자들이라 보기 전부터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이런 노래와 대사가 연동이 되어야 하는 영화까지 더빙을 했을 줄이야. 차라리 노래도 성우가 부르지 그랬느냐?-_-
마트 독일어는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아직 영화를 감상하기엔 부족한 독일말 실력 때문에 대사는 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에 의사소통수단이 '말'만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대사를 다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말' 이외의 언어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고, 그 언어로 영화와 소통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몸짓, 표정, 눈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까지. 영화와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은 대사 외에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연결하는 내 상상력까지 더해져 영화를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쨋든 내가 좋아하는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의 극장에서 본 'a guy'와 'a girl'의 사소한 감동을 주는 만남과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함께한 일상들과 내 것을 내 주어도 아깝지 않을 감정을 가진 채 하는 헤어짐까지, 마치 내가 전에 극찬한 영화에 나온 "나에게 3000원이 있으면 3000원 다 줄 수 있어"라는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은 이야기 자체로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 느낌을 전달하는 데 사용된 주된 언어가 음악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서.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서도 빈 손으로 집에 들어가는 건 영화에 대해 마땅하고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집 근처 주유소까지 뛰었다. 하지만 주유소 매점도 10시면 문을 닫는구나. 방에 있는 JEVER 한 병으로, 단 한 병이지만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인 그것으로 영화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by 처녀자리 | 2008/02/13 07:14 | 영타운 살롱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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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피 at 2009/02/14 23:06
펄벅에 대해 검색하다가 왔는데,
Once란 제목이 눈에 띄어서 역시나 그 원스 맞네요.
독일에 계신가봐요. 영화에 대한 경의가 ^^ 멋지시네요.
알고 계신지 모르겠으나,... 위 두분께서 한국에 1월 17일, 18일 내한공연했습니다.
공연에 갔다온 저는 이 글에 댓글을 남기고 싶어졌어요. ㅎㅎ
영화처럼 공연도 정말 멋졌습니다. 글렌 한사드의 노래를 실제로 들으니 진짜 멋진 음악인이더군요.
음..그냥 그렇다구요. ㅎㅎ
Commented by 처녀자리 at 2009/07/20 00:05
아, 공연에 가셨군요.

훌륭하십니다.

저도 가고 싶었으나 경제를 살리느라 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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