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3/03/1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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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해방터
맥아와 호프에 효모가 빚어낸 마법이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고소한 맛을 내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이 일품인 맥주, 없어서는 안될 음료이자 음식으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 때는 저도 기네스나 파울라너, 에르딩어 같은 맥주가 맛있는 줄 알고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장맥주들은 대량 생산 과정에서 맥주의 참 맛을 잃어버리기 일쑤이고, 유통과정에서 대부분 맛이 변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이에른의 정말 맛있는 맥주들, 특히 오버팔츠(Oberpfalz)와 오버바이에른(Oberbayern)의 맥주를 몇 종류 소개할까 합니다.
1. Hacker-Pschorr(하커-프쇼)
그림에 있는 맥주 중에서 왼쪽 두 개의 맥주가 Hacker-Pschorr입니다. 오버바이에른 뮌헨의 "Altes-Hackerhaus"라는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맥주로,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417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Joseph Pschorr(요제프 프쇼)와 Maria Theresia Hacker(마리아 테레지아 하커)가 혼인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1972년에 Hacker-Pschorr 양조 주식회사가 설립되었지만, 지금은 파울라너 맥주 그룹에 합병된 상태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파울라너 맥주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BHI(Brau Hoding International)의 제2대 주주가 네덜란드의 하이네켄(49.9% 지분 소유)이라는 사실이에요.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지만 Hacker-Pschorr의 맥주맛만은 일품입니다. Hacker-Pschorr는 약 15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 Hell과 Kellerbier를 골라와 봤습니다. Helles Bier는 라거비어 중 가장 대중적인 종류지요. Hacker-Pschorr Hell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선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다른 맥주들의 Helles Bier에 비해서 약간 진한 느낌은 납니다. Kellerbier는 이름 그대로 눅눅한 지하실에서 오래 묵힌 맛이 납니다. 한 잔을 들이키는 순간 살아 있는 효모가 느껴져요.
Hacker-Pschorr는 10월에는 Oktoberfestbier를 특별 생산하고, 4월에는 Bockbier를 특별 생산합니다. Hacker-Pschorr의 Bock 중에는 알콜 도수가 19.3%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2007년부터 모든 맥주에 일반적인 병뚜껑 대신 Bügel을 쓴다는 점입니다. Bügel이 뭐냐면, 사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뭔지 아시겠죠?
2. Kneitinger(크나이팅어)
그림에 있는 맥주 중 가운데에 있는 Kneitinger는 오버팔츠 레겐스부르크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레겐스부르크를 대표하는 맥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레겐스부르크 구시가지에 그 양조장과 Biergarten이 있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맥주입니다. 사진에 있는 필스 외에도 Dunkel(흑맥주)과 Bockbier가 유명합니다. 이 집도 Bock은 사순시기에만 생산을 해요.
Kneitinger는 1530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맥주 양조 장인인 Johann Kneitinger 1세가 본격적으로 Kneitinger의 제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Edel-Pils가 이 양조장의 주력 맥주인데, 맥아와 효모의 절묘한 조화가 마치 은은한 과일향을 내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독특한 맥주맛을 냅니다. 쌉쌀한 맛과 달콤한 맛이 동시에 나는 일이 가능할까 싶겠지만, 이 맛들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평생 단 한 병의 맥주만 마셔야 한다고 한다면, 여기 이 Kneitinger Edel-Pils를 마시겠습니다.
레겐스부르크의 향토 맥주이지만, 최근에 점점 사업을 불려가면서 독일 내 주요 도시들에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3. Tegernseer(테게른제어)
그림의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있는 맥주 Tegernseer는 오버바이에른 남부의 호수 Tegernsee 근처에 있는 양조장 Tergernsee에서 생산합니다. 병에 바이에른 국기 문양이 그려져 있지요. 간혹 바이에른 국기의 문양을 기본 문양으로 사용하는 맥주가 있는데, 그런 맥주라고 해서 다 맛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Tegernseer는 기가 막힌 맛을 뽐내요.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을 내는데, 바이에른 주민들 가운데서 Tegernseer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마치 버터맛과 같은 은은하게 고소한 맛이 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느끼하지는 않아요.
Tegernsee 호숫가의 성 베네딕또 수도원(746년 설립) 안에 있는 Tegernseer 양조장은 약 1050년 무렵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Weihenstephan(바이헨슈테판) 맥주에 이어 바이에른에서 두번째로 세워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잠시 후 소개할 Weltenburger와 두번째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고 하네요).
위에서 설명한 라거비어의 대표격인 Helles Bier와 더불어 라거의 일종인 Exportbier로 분류되는 Tegernseer Spezial이 주력 상품이고, 그밖에도 Dunkel, Pils 등 다양한 맥주를 생산합니다. 바이에른 바깥쪽에는 베를린에만 일부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4. Augustiner(아우구스티너)
가장 오른쪽에 있는 맥주가 Augustiner입니다. 오버바이에른 뮌헨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맥주인 Augustiner는 1320년 무렵부터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에서 생산하던 맥주입니다. Augustiner 역시 기업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맥주맛을 잃지 않고 있어서, 오버바이에른의 대표 맥주로 소개합니다. 바이에른 여행을 해 보신 분이라면 뮌헨 시내의 유명한 Augustiner Biergarten을 잘 아시겠지요?
Augustiner는 라거비어 본연의 맛을 제일 잘 살리고 있다고 할까요? 마치 독일맥주계의 '신라면'과 같은 느끼을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미 언급한 대로 대기업화되어 독일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맥주 중에는 가장 뛰어난 맛을 가진 맥주라고 판단합니다. 그림에 있는 Helles 외에 'Edelstoff'라는 상표가 붙은 Exportbier가 특히 맛있습니다. 그 외에도 Oktoberfestbier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합니다.
5. Weltenburger(벨텐부르거)
위에서 언급했듯이 Tegernseer와 비슷한 시기(1050년 무렵)에 생산을 시작한 Weltenburger는 오버팔츠 사람들의 자존심입니다. 오버팔츠의 Kelheim(켈하임)이라는 소도시 근교, 도나우 강변에 있는 베네딕또회 수도원 Weltenburg에서 생산하는 이 맥주는 '맥주 월드컵'이라는 대회 - 사실 이 대회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 에서 여러번 우승을 차지한 맥주입니다(2004, 2008, 2012 대회에서 우승).
두번째 그림의 맨 왼쪽에 서 있는 것이 Weltenburger 맥주인데, 자세히 보시면 병의 오른쪽 하단에 'World Beer Award'의 챔피언이라는 마크가 달려 있습니다.
Weltenburg 수도원은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도나우 강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수도원 경내의 각종 문화재들과 더불어 즉석에서 제조한 맥주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레겐스부르크나 켈하임에서 유람선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하루쯤 날을 잡아 이곳으로 (맥주가 포함된) 투어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수도원 내에 게스트하우스도 있어서 숙박도 할 수 있습니다.
Weltenburger 맥주 중 유명한 것은 그림에 있는 Barock Dunkel과 더불어 Asam Bock입니다. 보통 Bockbier는 사순절 시기에만 생산을 하는데, Weltenburger의 Asam Bock은 그 명성이 워낙 높아 1년 내내 생산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Helles나 Pils와 같은 Vollbier류도 생산을 하지만, 깊고 품격 있는 맛을 내는 것은 역시 Barock Dunkel과 Asam Bock이라고 봅니다.
기네스가 최고의 흑맥주라고 생각한다면, Weltenburger의 Barock Dunkel을 꼭 드셔 보세요. 다시는 기네스를 찾지 않게 될 겁니다.
6. Bischofshof(비숍스호프)
'주교의 뜰'이라는 뜻의 Bischofshof는 말 그대로 레겐스부르크의 주교관에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위에서 나온 Kneitinger, 뒤에 설명할 Spital과 함께 레겐스부르크의 향토맥주입니다. 1852년부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Bischofshof는 다른 맥주에 비해서 싼 가격 덕분에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맥주이죠. 더구나 레겐스부르크 시내의 일부 대학 기숙사에 Bischofshof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상점이 문을 닫은 20시 이후 대학생들의 주린 배와 마른 목을 달래 주는 고마운 맥주입니다.
그림의 왼쪽에서 두번째, Bügel 뚜껑이 달려 있는 제품이 Bischofshof의 히트작, Regensburger Premium입니다. 다른 맥주보다 20센트 정도가 싼 Bischofshof의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보통 맥주와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맥주인데요, Bischofshof 양조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합니다.
7. Eichhofener(아이히호페너)
그림의 오른쪽에서 두번째,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Eichhofener는 오버팔츠의 Nittendorf에 있는 Eichhof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Schloss Eichhofen(아이히호펜 저택)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오버팔츠의 대표적인 Schlossbier(영주들이 생산하던 맥주)이죠.
지금 나오고 있는 맥주들은 1692년부터 생산되고 있습니다만, 1300년대 이전에도 같은 자리에 양조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림에 있는 Helles를 비롯하여 Pils, Dunkel, Spezial Dunkel 등 총 7가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합니다.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데다 맑은 맛을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길입니다만, 그림에 있는 Eichhofener Helles는 그러한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맥주라고 판단합니다.
8. Spital(슈피탈)
Spital은 레겐스부르크의 유명한 Steinerne Brücke 북단에 있는 가톨릭 수도원입니다. Spital 양조장은 서기 800년 이전부터 맥주를 제조했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확인된 현재의 제조방법으로는 1359년부터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Spital 역시 싼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맥주를 공급합니다. 작은 병은 50센트 정도밖에 하지 않습니다. Steinerne Brücke의 유명한 조각상인 Bruckmandl의 이름을 딴 맥주를 비롯하여 총 14종의 맥주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림의 제일 오른쪽에 있는 Pils를 제일 즐겨 먹습니다.
마트나 음료수상가에서 구매하는 Spital 병맥주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하지만 역시 도나우강변에 있는 Spital Biergarten에서 바로 마시는 맥주는 세상의 근심을 도나우강의 빠른 물살에 흘려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맛입니다.
* 이렇게 말로 설명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모두 직접 드셔 보세요.
** 각 맥주의 역사와 영업 현황에 대한 설명은 모두 위키피디아 및 양조장 홈페이지를 참조했습니다.
태그 : 독일맥주, 바이에른, 오버바이에른, 오버팔츠, Hacker-Pschorr, Spital, Weltenburger, Augustiner, Eichhofener, Kneit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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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고 반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