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2/01/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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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세상 읽기
제23조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가 어떤 의미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말하는지는 하위법과 법원 및 학설의 해석에 맡겨져 있는 실정입니다.심지어 기업도시 개발 특별법, 관광진흥법, 도시개발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택지개발촉진법 등 다수의 법률이 사인을 위한 수용 역시 허용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용주체가 사인이 되더라도, 헌법이 얘기하고 있는 공공필요가 확실히 인정된다면 수용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수용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에 있습니다.
얼마 전 “나는 꼽사리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우석훈 박사가 심지어 골프장을 건설할 때도 토지수용이 가능하다고(제7회 1시간 20분경) 얘기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석훈 박사의 얘기는 작년 여름까지는 사실이었습니다만, 이 건에 대해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 얘기가 나왔는지 살펴보고자, 그리고 수용은 도대체 어느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먼저 미국과 독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 및 골프장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살펴봅니다.
1. 미국과 독일의 수용 기준
미합중국의 연방헌법 수정 제5조는 “누구든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하고,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공공수용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정 제14조에서는 “어떠한 주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사람으로부터도 생명·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토지 수용은 여기서 규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지요.
토지 수용에 관한 많은 판례들이 있습니다만, 기존의 미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이 수용과 공공필요에 대하여 가지는 관점은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공적 사용에 관한 결정권은 상당부분 입법부에 유보되어 있다는 점, 둘째, 재산의 새로운 사용이 세수 증대나 일자리 창출, 심미적 즐거움과 같은 부차적 공공이익을 창출할 것이 예상된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용은 공적 사용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주거시설의 확충, 공장 건설 등을 위해서는 수용이 허용되고, 호텔, 쇼핑센터,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파크 등의 건설을 위해서는 수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연방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공공수용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허용된다. 공공수용은 보상의 종류와 범위를 정한 법률에 의해서 또는 법률에 근거하여서만 행하여진다. 보상은 공공의 이익과 관계자의 이익을 공정하게 형량하여 정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독일 기본법상의 수용의 요건은 공공복리 목적, 법률의 근거, 공정하게 형량하여 정해진 보상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연방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공공복리 관련성은 재산권 제한을 위해 설정된 것으로서 국가의 수익을 위한 재정적 목적이나 순수한 사적 목적을 위해서는 인정될 수 없지만 사적인 사용이 동시에 공공복리에 부합하며 이것이 장기간 지속 가능할 경우에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연방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는 입법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토지수용과 자동차회사의 테스트코스 마련을 위한 토지수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기업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간접적으로 공공복리에 부합할 뿐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2. 우리 헌법재판소의 기존 입장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충남 아산시의 탕정면 일대의 토지에 대하여 수용을 신청하고, 충청남도지사는 이를 승인합니다. 수용대상이 된 과수원과 농장의 소유자들(아버지와 두 명의 아들)은 대전지방법원에 위 지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대전지법 2004구합2853)을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 지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산업입지법 제11조 등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당해 법원에 의하여 지정처분취소청구 및 위헌제청신청을 2005년 12월에 모두 기각당하고 2006년 2월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지요.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 합헌판단을 합니다.
3. 골프장을 둘러싼 이야기
본래 체육시설을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이 되는 기반시설의 한 종류로 규정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육시설 중 전문체육시설인 골프장 역시, 그 건설을 위해 수용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전국 곳곳에 골프장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었지요.

그림에서 두번째로 많은 토지를 수용당한 안성시의 주민들이 이 그림을 만든 녹색연합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토지수용재결의 부당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 사건 토지수용재결의 근거법인 국토계획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2008년 10월에 헌법재판소에 이른바 위헌소원을 직접 청구합니다. 여기까지의 정황은 제가 2009년 12월에 발표한 "Problems with the Power of Eminent Domain Authority for praivate Entities"이라는 논문에서 밝힌 적이 있는데, 사건 접수 2년 반을 넘어선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드디어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놓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체육시설은 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서부터 그 시설 이용에 일정한 경제적 제한이 존재하는 시설, 시설이용비용의 다과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 공익목적을 위하여 설치된 시설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따라서 그 자체로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교통시설이나 수도•전기•가스공급설비 등 국토계획법상의 다른 기반시설과는 달리, 기반시설로서의 체육시설의 종류와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기 위해서는, 체육시설 중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한정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정의조항은 체육시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아무런 제한 없이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기반시설로서의 체육시설의 구체적인 범위를 결정하는 일을 전적으로 행정부에게 일임한 결과가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해 시행령에서 공공필요성을 인정하기 곤란한 일부 골프장과 같은 시설까지도 체육시설의 종류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까지 수용권이 과잉행사될 우려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정의조항은 개별 체육시설의 성격과 공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입법을 위임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합니다.
요약하고 사례에 비추어 쉽게 풀이하자면, 체육시설의 건설을 위하여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나, 그 체육시설의 범위를 법률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결과적으로 골프장이 체육시설에 포함되도록 한 것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공공필요’라는 개념의 의미는 시민의 대표인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점은 헌법재판소가 분명히 한 것이지요.
공공필요의 개념 자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해 주지 못한 면은 아쉽지만, 적어도 골프장은 국회가 입법한 법률이 아니면 이를 건설하기 위해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 같습니다. 앞서의 탕정단지 판결과 연계하여 보면, 우리 헌법재판소도 미국 대법원과 유사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4. 정리
제가 계속해서 해 온 얘기입니다만, 결론적으로 토지 수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로, 사업의 공익성에 대한 목적규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되어야 합니다. 즉, 공공필요의 판단 기준인 사업의 공익성의 정도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서 공익성판단기준을 행정지침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 법령에 정하도록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계속적 공익사업수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민간투자법에는 주무관청에 의한 사업시행자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규정되어 있어, 주무관청이 사업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타 사인에 대한 수용을 규정하고 있는 개별법상에도 행정청의 공익을 위한 처분, 법령 위반시의 처분, 감독명령권, 환매권 및 조세․부담금 감면의 실효조항 등을 마련하여 사인의 공적 임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수용되는 재산권의 보상 및 개발이익의 적절한 환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인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생존 배려가 아니라 영리 추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인에 대하여 직접적인 공공성 유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사인의 사업 시행으로 인해 얻어지는 개발이익을 적절하게 환수함으로써 공공성과의 조화를 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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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mrvica 2012/01/28 08:33 # 답글
제가 안성시민인데 골프장짓는다고 땅 수용하는건 처음들었네요...어처구니없는일이 아닐수가 없네요.
상식적으로 공익을위한 목적의 체육시설 토지수용이라면 공공체육관이나 그 부대시설에 한정하는것정도가 일반인이 납득할 토지수용의 정도겠지요.
골프장짓는다고 토지수용...
가진자 운운하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이건 진짜 아니죠.
그나마 헌재가 바른판단을 했다는것에 안도합니다.
처녀자리 2012/01/28 09:16 #
그러게 말입니다.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아직 안착되지 못한 게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