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길 0

새마을길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평범한 골목길이다. 은행나무로 유명한 회기로와 고대 앞 삼거리를 이어 주는 골목길이고, 공릉천과 평행하게 이어지며, 공릉천 위 고가도로로 나 있는 내부순환도로와도 나란하게 나 있는 길이다.

인근에 있는 직장에 다녔던 나는 '제기동 한신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새마을길을 가로질러 출근을 하고, 새마을길을 가로질러 다시 제2 제기교로 나와 큰 길을 건너 귀가하는 버스를 타곤 했다.

여기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신호를 무시하고 그 큰 길을 유유히 건너다가 'Der Polizist'에게 적발당한 적이 있다. 사실 차가 오지 않을 때는 신호에 관계 없이 그냥 내 갈 길을 가는 편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큰 길이었나보다. 경관께서 뒤쫓아 오더니, "아니, 이런 큰 길에서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외쳤고, 그 결과는 범칙금 2만원이었다.

새마을길은 어릴 적에는 어디에나 흔했던, 반포장마차인 분식집, 피아노학원, 동네약국, 동네 수퍼마켓, 연탄가게, 글 쓰는 곳(서예) 등이 아직도 오밀조밀하게 길거리를 이루고 있는 정감 가는 골목길이다.

여름날, 특히 휴일 낮에 새마을길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골목 어귀에 있는 그 이름도 정감가는 '근대화수퍼'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용 냉장고 앞에 박스를 올려 놓고 몸의 반 가까이를 냉장고 안에 집어 놓고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제는 동네 골목길에서나 볼 수 있는, '모짜르트 음악원'이라는 피아노학원에서는 피아노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 아마도 아침 일찍 또는 밤 늦게, 아니면 휴일에나 그 골목을 지나기 때문일 터이다.

회기로 쪽 골목 시작점에 있는 '주님 계신 교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교회이지만, 그 이름에는 불만이 있다. 주님은 어디에나 계시는데, '주님 계신 교회'라니.

조미료를 많이 쓰기는 하지만,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하는(위험한 맛인가?) '오뚜기 식당'은 타인의 장부를 이용하는 맛이 좋다. 주말에 직장에 나온 날은 오뚜기식당에서 이름을 대고 밥을 먹으면 된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날을 다녔던 정감가는 길이지만, 이런 정감이 얼마나 유지될 지는 모르겠다. 85학번이시고 최근에 고려대학교에 부임하신 어느 교수님께서 제기동과 안암동은 수십년 동안 동네가 그대로라고 말씀하셨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새마을길에 사는 사람들은 개발에서 소외되어 있었다는 말일 터, 동네 사람들이 동네의 재개발을 원할 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좁은 골목길 양쪽에는 공릉천과 아파트가 있어, 개발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도시화와 더불어 개인적인 추억과 동네 꼬마 녀석들이 뛰어 노는 정취를 그대로 남기는 길은 없을까?    
 

<사진을 찍은 바가 없어 지도를 올린다. 선이 좀 왜곡되었지만 A와 B를 잇는 하얀 직선길이 새마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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